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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2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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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엔 참으로 오랫만에 고향집으로 향했다..

내 기억엔 3년만에 고향에서 보내는 설날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고향집은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함과 낯설음을 함께주고 있다..

고향집과 나 사이에 시간과 거리라는 긴 간극이 존재하고 있음을 점점 부인할 수 없어진다...

설 전날.. 저녁이 다가올 무렵.. 집에서 아무런 할일이 없어진 나는 거실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화면속의 영상들이 움직인다는 것만 인지할 뿐이었다..

이제는 지겨워진 뻔한 레파토리의 명절특집방송들..

그러다 문득 이리저리 방을 오가시던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어두운 부엌한켠에서 작은등을 하나 켜놓고 음식을 만들고 계셨다..

아주 오랜 어린시절.. 들뜸과 설레임의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젠 기억을 더듬어야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걸까...

피터팬에서처럼 난.. 나는 법을 까맣게 잊어버린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옛날 명절하면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여러가지 과자가 들어있던 종합선물셋트, 밤에나가서 즐겨했던 화약놀이..

여러가지 명절음식들.. 성룡주연의 홍콩영화들.. 후훗..

이젠 모두 관심 밖으로 벗어난지 오래다...


달궈진 기름 냄새가 부엌에서 집안 전체로 퍼지고 있다..

어머니 혼자서 전을 부치시려나보다..

온갖 요리를 만들어 내는 그녀의 손놀림..

함께 곁들여지는 도마위의 칼소리.. 후라이팬의 지직거림..

그녀가 전을 부칠때면 곳간에 쥐 드나들듯 우리형제들은 번갈아가며 주변을 맴돌았었다.

"기름 튀어배기니께 저리가 있어야~"

당신의 옷은 이미 뜨거운 기름 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우리들은 그런 말에 아랑곳않고 틈을 보고 있다가 만들어진 전이나 튀김을 양손에 들고선 방으로 도망갔다..

"아따 누가보믄 굶긴줄 알겄다잉.. 다 느그들 먹을것인디 차말로..."

그땐 형과 난 먹는것에 있어서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서로가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에 따라서 한동안 승자와 패자의 기분을 오갔다..

이젠 어머니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있지만 예전의 시끌벅적함이나 환호가 없다...

우리를 열광케 했던 환호속의 슈퍼스타는 흐릿한 추억속에서만 기억되어지는 것일까...

마치 텅빈 객석에 앞에 선 어느 나이든 가수의 모습이 교차되어진다..

적막한 거실.. 그 사이로 간간히 들려오는 tv소리가 오히려 더욱 그녀를 초라하게 만드는듯 했다...

.....

나도모르게 전을 부치는 어머니의 곁에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엄마 맛좀 봐도 되지?.." ^^

어머니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신다...

"뜨거운께 저쪽 끝에  있는 것 먹어라잉~ "

"담가논 술 있는데 한잔 먹어볼래? 약술이라 맛이 괜찮을것인디..."


"에이 새삼스레 참.. 엄마 고추튀김 맛있네 이거 좀 더해주지.."


영원한 나의 슈퍼스타...

역시 난 그녀의 영원한 팬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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